[금주의 신간] 숲으로 간 여성들 - 그들이 써 내려간 세계 환경운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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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숲으로 간 여성들 - 그들이 써 내려간 세계 환경운동의 역사
  • 입력2023-02-23 17:08:11








여성은 지구 곳곳에서 자연 보호와 환경운동에 힘써왔다. 혹자는 여성이 과거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에 따라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삶을 영위해나갔기에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비교적 최근의 논의인 에코페미니즘은 자연에 대한 착취가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함을 지적한다. 여성이 환경운동의 시초부터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오늘날까지도 여성은 환경운동의 주축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으로 전 세계를 강타했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위기의 낭떠러지에 서 있는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유엔여성기구(UN Women)는 “여성은 새로운 농업 기술을 도입하고 위기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사람들이며, 기후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귀중한 통찰력과 해결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역설했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관계 맺는 방법을 고민하고 자연으로 향하는 문을 연 최초의 여성 생태과학자들부터, 그 후로 벌어진 착취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환경운동에 뛰어든 여성 사회운동가들을 포함한다. 이 책이 지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20개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성 환경운동가 개개인의 운동과 생애에 집중하며 논의를 전개해간다. 그중에는 레이첼 카슨, 그레타 툰베리처럼 대중에 잘 알려진 이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산업혁명 당시 더 이상 공장 들어설 자리도 없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녹지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외친 옥타비아 힐, ‘지구의 푸른 심장’ 바다를 지키기 위해 투신한 실비아 얼, 아프리카에 나무 1억 그루를 심은 왕가리 마타이 등,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환경운동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여성들과 그들의 업적을 자세히 조명한다는 점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 세계의 환경운동이 시대에 따라 이어져온 흐름과 함께 국가적·지역적 특성에 맞게 전개되어온 양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숲과 호수, 산과 바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싸움은 승리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메다 팟카르의 투쟁이 그 예다. 그는 댐 건설을 막기 위해 수십 일간 단식 투쟁하고 물이 목까지 차오른 마을에서 28시간이나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댐은 138미터 넘는 높이로 완공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또 다른 파괴를 막기 위해 계속 헌신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일평생 협박에 시달리기도 하고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온두라스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는 자택에 침입한 괴한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군 정보기관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후일 밝혀졌지만 환경운동의 열기는 꺾이지 않았다. 그를 추모하는 벽화에 적혀 있는 말처럼 “베르타는 죽지 않았다. 수많은 베르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연일 계속되는 환경 위기 보도와 피부로 체감되는 기후변화에 환경 친화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늘었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페트병에 든 생수를 소비하는 대신 수돗물을 받아 보리차를 끓여 마시거나 필터가 든 정수 용기로 걸러 마시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점점 더 자주 만나게 된다. 가게에서 아보카도를 사려다가도 ‘수자원 약탈자’라는 악명을 떠올리며 손을 거두고, 한 계절 입고 버려도 좋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예쁜 티셔츠를 구매하려다 ‘패션의 환경 파괴’를 생각하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나 한 사람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그 어떤 역경과 위협에도 꺾이지 않았던 녹색 투사들의 이야기는 언제까지고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할 것이다.

이사투 시세이는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사회활동가다. 별명은 ‘재활용의 여왕’인데, 그가 지역 여성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원 삼아 물건 만들어 파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처리함과 동시에 여성들의 수입원까지 창출하는 것이다. ‘비닐봉지 하나(One Plastic Bag)’라 불리는 이 환경운동은 작은 노력이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 제시한다. 환경은 곧 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연결되어 있기에 환경을 개선하는 일과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일은 결국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인 2020년 6월 유엔환경계획과 유엔개발계획, 유엔평화구축업무국이 함께 펴낸 보고서 〈젠더, 기후, 안전: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평화를 세우는 법〉은 기후변화와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를 복원하려면 젠더 불평등과 위기의 연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와 사회 갈등, 전염병이 상호작용해 삶을 악화시키는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고 여성의 결정권을 늘리며 먹고살 길을 찾게 해주는 것이 ‘사회를 더 안전하게 재건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려는 노력 속에서 여성의 권한을 키우려는 국제 규범들도 차츰 늘고 있다. 예를 들면 유엔여성기구는 다른 기구나 회의체들과의 협상을 거쳐 기후변화, 사막화, 생물 다양성 세 개 분야 유엔 협약에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을 집어넣게 했다.” 노르웨이의 총리였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은 말년에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으며 크나큰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사무총장부터 환경 수장, 총회 의장까지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당시 유엔에서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틀을 마련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브룬틀란은 맡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냈다. 작금의 기후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이가 힘을 합해야 하는데, 최근 세계는 특히 여성의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여성 환경운동가들과 그들의 활동을 기록한 이 책은 “모두의 미래를 위한 녹색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이 갖는 중요성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근거이자 증언이다.

☆Tip이 있는 뉴스, 팁뉴스    김이슬 book@ti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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