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신간] 음표 위 경제사 -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그 동행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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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음표 위 경제사 -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그 동행의 역사
  • 입력2023-01-06 15:24:45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문화 관련 지출을 줄인다. 이른바 출판이나 음악 산업, 연극이나 영화 산업 등은 따라서 경제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흐름을 재빨리 감지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의 생존법이다. 때로 그 돌파구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 되기도 하고, 모험적 투자에 거리를 둔 과거로의 회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복고 열풍이 몰아치는 건 저성장 기조에서 이들 산업이 찾은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로서 경력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몸담으며 한편으론 음악을 ‘취미 이상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두걸 작가는 이런 일련의 흐름에 주목하면서 ‘문화산업, 그중에서도 대중음악은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곧 이 책은 18세기 후반 자본주의 경제가 움트기 시작한 때부터 신자유주의가 본격 대두되었던 20세기 후반까지의 경제사와 음악사를 톺아보며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책 도입부에서 지은이는 “경제는 다른 요인과 더불어 예술을 포함한 상부구조에 개입하거나, 중간 단계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하면서 “최초의 ‘자유 음악가’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굶어 죽지 않은 건 1차 산업혁명에 따라 부르주아계급이 대거 양산된 덕분이다. 음악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던 축음기와 라디오는 2차 산업혁명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결과물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의 ‘이례적’ 호황이 1970년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면 기성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였던 펑크록이 출현할 수 있었을까”라고 부연한다. 지은이는 상업혁명과 산업혁명, 양차 대전과 대공황, 냉전과 석유파동,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함께 세계경제는 어떤 변곡점을 맞이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음악을 향유했는지 혹은 향유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 책에서 자세하게 풀어낸다. 이른바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경제의 오랜 동행의 역사를 살피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처음 태동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둘째 장은 프랑스대혁명이 종식되고 산업혁명이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으로 확산된 19세기 초중반까지를 다룬다. 세계 자본주의와 인류 역사는 진보와 이성이라는 굳건한 두 바퀴로 굴러간다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시기다. 궁중과 교회에서 벗어난 음악 역시 대공연장과 부르주아계급의 거실로 확산되면서 인류 최초로 대중음악이 출현한 때다. 베토벤이라는 거인이 지배한 기간이기도 하다.
셋째 장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처음 뒤흔들었던 1873년 대불황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를 이야기한다. 이 기간은 ‘아름다운 시대(The Belle Epoque)’이자 ‘세기말(Fin de Siecle)’의 정조가 혼재된 때였다. 바그너의 확신과 브람스의 머뭇거림, 차이코프스키의 흐느낌 그리고 말러의 탄식이 한데 어우러진 시기이기도 하다. 넷째 장은 양차 대전과 대공황을 대상으로 한다. 첨단 무기와 기술로 수천만 명의 목숨이 사라진 대재앙의 시대이자, 수억 명의 인류가 대공황의 충격에 휩싸인 야만의 시대였다. 다만 축음기와 라디오가 출현하면서 더 많은 인류가 더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최초의 팝음악인 재즈가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모더니즘음악가들과 쇼스타코비치 등도 각각의 방식으로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다섯째 장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부터 1972년 1차 석유파동 직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당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공산권 국가들까지 호황을 누리는 세계 자본주의의 극성기였다. 대거 등장한 중산층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에 열광했다. 여섯째 장은 1972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를 조명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자본주의의 번영이 끝나고 ‘장기침체’로 접어든 때다. 보수화 흐름에 맞춰 신자유주의가 득세하고, 세계화가 진전된 시기이기도 하다. MTV와 마이클 잭슨 그리고 너바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책을 마무리하며 지은이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은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다루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21세기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강력한 흐름인 K팝도 마찬가지다. 객관성을 확보할 만큼 충분한 거리두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의 오래된 명제를 거쳐 더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지은이의 말처럼 현상의 이면을 탐색하고 그것으로부터 더 나은 방향을 도출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의무이자 즐거움일 것이다.

☆Tip이 있는 뉴스, 팁뉴스    김이슬 book@tip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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